시집가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 
솔거 최명운


하나의 밀알을 성장시켜
이 땅에 귀한 존재로 
우뚝 서게 하여 주는 것이 어버이 마음이었다
늘 작게만 느껴졌던 살가운 아이가
어느새 성인으로 
내가 걸어온 길을 되밟으려 이 자리에 서 있다
이 시간이 지나면
한 남자의 아내로 남편을 하늘처럼 받들어
기름진 옥토 자신의 땅에다
씨앗을 뿌려 하나의 종려나무를 심을 것이다
이날이 오기까지 
내가 아파도 초췌한 모습 보이지 않으려 
자식을 위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돌아서서 눈물을 훔쳤다

정말 살다가 어려울 때가 있더라도
비바람 태풍이 몰아치고 
쓰러질 듯하다가 다시 서는 억새를 생각하길 
묵묵하게 다시 설 수 이는 연륜을 쌓으라는 것이다
이젠 너도 완연한 꽃이다
꽃이 피면 벌과 나비가 날아오고
사랑을 먹어 여물고 익어
이름을 남길 준비가 되는 것이다
살다가 정말 살다가 어려울 때
그릇에 아량과 도량을 담는 사랑을 담는 큰 그릇되어라

그래서 먼 훗날 잘 빚어 익은 술로
주변 모든 사람에게 한 잔의 사랑을 따르라
아무리 슬퍼도 어깨를 훌쩍이는 일은 말아라
불빛도 꺼지면 어두워지는 법
너의 사랑 밭에는 어둠이라는 것이 없어야 한다
시련도 있어서는 아니 된다
사랑해야 할 시간은 언제나 열려 있다 생각하고
가을 하늘 한들거리는 코스모스가 되라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한 사람이 되라
이 엄만 널 위해 기도하며 구름을 헤집고 나타나는 빛이 되겠다
내 사랑 내 딸아
이 엄만 네가 행복해 하는 것을 늘 이 자라에서 지켜볼 것이다. 


"도깨비뎐"
率香崔明雲